우주 기술로 얇고 따뜻해진 겨울 재킷 이야기

이미지 출처: NASA
추운 날씨에 두꺼운 겉옷만 입어야 할까요?
한겨울 칼바람이 불어오면 누구나 옷장 깊숙한 곳에서 가장 두툼한 외투를 꺼내 입게 돼요. 여러 겹 껴입은 옷 때문에 몸이 둔해져서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조차 굼뜨게 움직인 기억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따뜻함을 지키기 위해서 활동성을 포기하는 상황이 매번 아쉽게 느껴지곤 해요.
추위를 막으려면 정말 솜이나 깃털을 가득 채운 옷만이 유일한 정답일까요? 가볍고 얇으면서도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옷이 있다면 겨울철 야외 활동이 훨씬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는 기술이 조금만 더 발전한다면 우리의 옷차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어요.
실제로 눈 덮인 산을 오르며 이런 갑갑함을 깊이 고민했던 사람이 있었어요. 스위스 산 여행 후 오로스(Oros)의 공동 창립자 마이클 마케스베리는 더 얇고 가벼운 겉옷을 만들고 싶어 했어요. 무거운 방한복 대신 가벼운 첨단 소재를 일상에 적용할 방법이 없을지 찾아 나선 셈이에요.
공기를 가두어 열을 막는 에어로젤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물질이 열을 전달하는 방식은 크게 전도, 대류, 복사라는 세 가지 경로로 이루어져요. 우리가 입는 일반적인 방한 외투는 섬유 사이에 공기층을 가두어 전도와 대류를 줄이는 방식으로 체온을 유지해요. 하지만 섬유 사이의 틈이 크면 기체 분자들이 여전히 움직이면서 온기를 외부로 빼앗기기 쉬워요.
에어로젤은 내부 부피의 대부분이 나노 크기의 미세한 구멍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다공성 구조를 지니고 있어요. 기체 분자의 이동 경로보다 작은 수많은 미세 방들이 빽빽하게 갇혀 있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기체 분자가 자유롭게 부딪치며 열을 전달하지 못하므로 대류와 전도를 획기적으로 억제하게 돼요.
고체 구조를 통해 전달되는 열의 양도 극히 적어서 고체 단열재 중에서도 손꼽히는 성능을 자랑해요. 손바닥 위에 이 특수 소재를 올려두고 아래에서 토치로 직접 불을 붙여도 위쪽 손바닥에는 열기가 닿지 않을 만큼 차단력이 뛰어나요. 열이 지나갈 수 있는 길목 자체를 미세한 공간 안에 꽁꽁 묶어두는 셈이에요.

이미지 출처: NASA
우주 탐사선은 극한의 온도를 어떻게 견뎠을까요?
지구 밖 우주 공간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가혹한 온도 변화를 보이는 환경이에요. 햇빛이 내리쬐는 곳은 살인적인 고온으로 치솟고, 그림자가 드리워진 암흑 속은 영하 백 도 아래로 곤두박질쳐요. 극단적인 온도 차이 속에서 탑재된 전자 장비와 비행사를 안전하게 지키는 일은 탐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과제예요.
로켓을 쏘아 올릴 때는 무게를 단 일 그램이라도 줄여야 막대한 연료 소비를 막을 수 있어요. 무거운 금속판이나 두꺼운 덮개 대신 가벼우면서도 외부 열 출입을 단단히 차단할 소재가 필요했던 이유예요. 부피가 작고 무게가 거의 나가지 않으면서도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재료가 절실했어요.
초기의 소재는 아주 작은 충격에도 설탕 조각처럼 부서져 버려서 그대로 쓰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에어로젤 단열재는 케네디 우주 센터의 SBIR 계약에 따라 아스펜 테크놀로지스가 부서지기 쉬운 물질을 유연하고 내구성 있는 복합 블랭킷에 주입하면서 처음으로 실용화되었어요. 극한의 환경을 견디기 위한 연구가 실생활에 쓸 수 있는 단단한 토대를 마련해 준 셈이에요.
학생의 호기심이 만든 특별한 외투
실용화 과정을 거친 첨단 소재라도 연구실 안에만 머물러 있다면 평범한 사람들이 입는 옷이 되기는 어려워요. 새로운 재료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이를 일상용품으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해요. 단열 연구의 결실이 스포츠 의류로 건너오게 된 데에는 한 장학생의 도전이 큰 역할을 했어요.
마케스베리는 우주비행사 장학 재단(Astronaut Scholarship Foundation)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에어로젤 단열재를 접하게 되었어요. 부서지지 않고 유연하게 휘어지는 이 우주 소재를 보며 여행지에서 꿈꾸었던 가벼운 겉옷을 떠올렸던 거예요. 두꺼운 패딩 대신 얇은 보호막 하나로 추위를 이겨내는 상상이 점차 현실적인 계획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마케스베리는 10,000달러의 상금과 추가 초기 자금을 활용해 아스펜 에어로젤 단열재가 들어간 재킷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연구실 규격에 맞춰 만들어진 산업용 자재를 사람이 입는 부드러운 직물에 적용하는 과정은 수많은 시험을 거쳐야 했어요. 마침내 우주복의 차단 기술을 일상의 옷 속에 고스란히 담아낸 새로운 의류가 세상에 나왔어요.
가벼운 방한복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어요
신소재를 쓴 외투가 한 번 만들어졌다고 해서 모든 개발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에요.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몸짓에 맞춰 더 부드럽고 가볍게 숨 쉬는 원단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꾸준히 이어져야 해요. 첨단 소재를 활용한 의류 제작은 끊임없는 개선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어요.
신시내티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속해서 확장되는 제품군에서 에어로젤 기술을 계속 개선하고 있어요. 겉옷 하나에 머무르지 않고 장갑이나 신발, 모자처럼 추위에 취약한 다양한 부위로 기술 적용을 넓혀가는 중이에요. 우주를 향했던 지식이 지상의 차가운 계절을 버티는 사람들의 체온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보호막으로 자리 잡았어요.
겨울철 외출을 준비하면서 두꺼운 옷자락을 여밀 때마다 소매 안쪽의 공기층을 가만히 느껴보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틈새로 열을 가두는 원리 속에는 머나먼 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된 기발한 지혜가 조용히 숨 쉬고 있어요.
참고 자료: NASA Spinoff 공식 사례 (KSC-SO-144) · spinoff.nasa.gov
이미지는 NASA 공개 자료이며, 이 글은 NASA의 공식 입장이나 보증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