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우주선이 남긴 은과 구리 정화 기술 이야기

이미지 출처: NASA
수영장에 다녀오면 왜 눈과 피부가 따가울까요?
더운 날 시원한 물에 뛰어들어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눈가가 붉어지고 살결이 뻑뻑해지는 기분이 들곤 해요.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코끝을 찌르는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서둘러 샤워실로 향했던 기억도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거예요. 물을 맑게 관리하려고 섞어 넣은 독한 물질 때문에 즐거웠던 물놀이 뒤끝이 개운하지 못할 때가 많지요.
공공시설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물은 미생물이 번식하기 쉽기 때문에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소독제를 물에 넉넉하게 풀어두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이런 약품은 유해 물질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면서도 이용자의 연약한 살갗에 불편함을 남기기도 하지요.
그래서 많은 시설 관리자들은 약품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도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깨끗한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어요. 매번 통을 들고 다니며 자극적인 용액을 붓지 않고도 수질을 맑게 다스릴 방법은 없을지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눈이 시리지 않고 숨쉬기 편안한 물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폴로 우주선은 어떻게 물을 깨끗하게 유지했을까요?
지구에서는 수도꼭지만 돌려도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나오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요. 끝없는 어둠 속을 비행하는 우주선 안에는 실을 수 있는 짐의 무게와 부피가 매우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요. 한정된 자원만 싣고 떠나야 하므로 우주비행사가 마시고 씻을 물을 넉넉하게 챙겨가는 일은 무척 까다로워요.
이 기술은 원래 아폴로 우주선에서 물을 정화하기 위해 개발되었어요. 무거운 소독용 약품 통을 잔뜩 싣고 날아가는 대신, 작은 장치로 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이 절실했던 것이지요. 우주선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우주비행사들의 건강을 지키려면 작은 위험 요소도 철저하게 걸러내야 했어요.
우주에서는 물 한 방울도 헛되이 버릴 수 없기에 사용한 수분을 걸러서 다시 마실 수 있는 순환 구조가 반드시 필요해요. 이런 폐쇄적인 환경에서는 지속적으로 약품을 보충하는 방식보다 기기 자체에서 청결함을 유지해 주는 메커니즘이 알맞았지요. 저 멀리 달을 향해 날아갔던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선 뒤편에는 이처럼 치열한 정화 기술 연구가 숨어 있었어요.

이미지 출처: NASA
금속 이온이 미생물에 작용하는 일반적인 원리
물에 담긴 금속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들이 주변으로 천천히 퍼져나가요. 전기를 띤 상태로 용해된 이 작은 알갱이들을 우리는 흔히 이온이라고 부르지요. 물속을 자유롭게 떠돌던 금속 알갱이들은 물결을 타고 구석구석 퍼져나가며 주변 환경과 활발하게 반응하기 시작해요.
일반적으로 전하를 띤 금속 입자들은 주변을 떠다니는 단세포 생물의 표면에 자연스럽게 달라붙는 성질을 지녀요. 얇은 세포막을 둘러싼 미생물에 금속 입자가 닿으면 생명체가 숨을 쉬거나 영양분을 흡수하는 통로가 가로막히게 되지요. 견고한 성벽에 자석이 들러붙어 출입문을 단단히 막아버리는 장면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호흡과 대사 활동이 차단된 유해 생물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점차 힘을 잃게 돼요. 또한 내부 구조가 망가지면서 더 이상 개체 수를 늘리지 못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독한 냄새를 풍기는 물질을 들이붓지 않고도 금속 고유의 성질과 전기적 작용만으로 생물학적 오염을 잠재우는 원리예요.
이러한 정화 작용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금속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일상적인 정화에 영리하게 접목한 방식이에요. 특별한 첨가물을 섞지 않아도 전기의 흐름을 빌려 금속 입자를 내보내는 것만으로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지요.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들이 물속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해주는 셈이에요.
지상으로 내려온 정화 장치는 어떻게 구성되었을까요?
전극에 저전압 전류를 통과시킴으로써 이온이 생성돼요. 위험하게 높은 전압을 쓰지 않고도 낮은 전압의 전기를 금속에 흘려주는 것만으로 작동이 이루어지지요. 복잡한 화학 물질을 섞는 대신 전기적인 신호를 활용해 물속에 필요한 입자를 만들어내는 셈이에요.
방출되는 물질마다 맡은 역할도 명확하게 나뉘어 있어요. 은 이온은 박테리아를 죽이고 구리 이온은 조류를 죽여요. 한쪽은 물속을 흐리게 만드는 미세한 세균을 처리하고, 다른 한쪽은 녹색으로 번식하는 물때와 식물성 유해물을 막아주는 역할을 분담하고 있지요.
이 수영장 정화기는 수질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마이크로컴퓨터, 한 쌍의 금속 전극, 가변저항 컨트롤러로 구성돼요. 물의 상태를 살피는 전자 두뇌와 전기를 흘려주는 금속 부품, 그리고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제어 장치가 하나의 기계 안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우주를 항해하던 정밀한 장치가 지상의 물길을 관리하는 기계로 차분하게 다듬어진 모습이에요.
화학 소독제를 대신해 넓은 현장으로 퍼져나간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기술은 화학 소독제의 대안을 제공하기 때문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어요. 자극성이 강한 약품을 직접 다루는 일은 작업자에게도 부담스럽고 이용자에게도 불쾌한 흔적을 남기기 쉬워요. 이러한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자 많은 산업 현장에서 반갑게 손을 내밀었지요.
Clearwater Pool Technologies는 바다거북 및 돌고래 수조, 냉각탑, 스파, 물 재활용 시스템 등을 정화하기 위해 NASA가 개발한 은/구리 이온화 기술을 사용해요. 사람뿐만 아니라 연약한 해양 생물이 살아가는 수족관에서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거대한 열을 식히는 산업 설비부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온수 시설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물을 맑게 가꾸고 있어요.
달 탐사를 떠났던 우주비행사들을 지켜주던 작은 정밀 부품이 이제는 우리 곁의 거북이와 돌고래를 보살피고 있어요. 맑은 물이 찰랑이는 수조나 도심 속 휴식 공간을 마주할 때면, 저 먼 우주에서 물방울 하나를 아끼기 위해 고민했던 비행사들의 장치가 우리 곁에 조용히 머물고 있음을 문득 떠올리게 돼요.
참고 자료: NASA Spinoff 공식 사례 (JSC-SO-195) · spinoff.nasa.gov
이미지는 NASA 공개 자료이며, 이 글은 NASA의 공식 입장이나 보증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