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열 차단 소재가 토끼와 기니피그를 만난 사연

한여름 낮에 주차해 둔 차 문을 열었다가 훅 올라오는 열기에 움찔한 적 있으시죠? 그래서 앞유리에 은색 햇빛 가리개를 세워 두는 분이 많아요. 그 반짝이는 한 장이 차 안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비슷한 발상이 우주선을 거쳐 토끼와 기니피그의 집 곁까지 왔다면 어떨까요? 영국 리즈에 본사를 둔 Scratch and Newton Ltd.는 방사 차단막(radiant barrier) 기술을 토끼와 기니피그용 보호 커버인 Hutch Snuggle, Run Hugger, Hutch Hugger에 적용했어요. 이 작은 커버의 뿌리를 따라가 볼게요.

Orion Astronauts Visit Ames Entry Systems and Technology Divisio
이미지 출처: NASA

이 소재는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시작은 195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미 공군이 방사 차단막 기술 개발 연구를 시작했어요. 인터넷은커녕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에요. 그때의 연구가 훗날 어디까지 가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요?

이야기는 NASA로 이어져요. NASA는 제미니와 아폴로 미션 이후 거의 모든 우주선과 무인 탐사선 장비의 열 보호에 이 소재를 사용해 왔어요. 한두 번 쓰고 만 소재가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진 선택이었던 셈이에요.

열 보호라는 말이 낯설다면 겨울 외투를 떠올려 보세요. 외투는 찬 바람을 막아서 몸의 온기를 지켜 주잖아요. 우주선 장비에게 열 보호 소재는 그런 외투 같은 존재예요.

열은 어떻게 전해지고, 거울은 무엇을 막을까요?

열이 움직이는 길은 크게 세 가지예요. 뜨거운 냄비 손잡이처럼 직접 닿아서 전해지는 전도가 있고, 에어컨 바람처럼 공기가 실어 나르는 대류가 있어요. 난로 앞에 서면 얼굴이 따뜻해지는 건 복사 때문이에요. 복사는 중간에 공기가 없어도 전해지는 열이라는 점이 특징이에요.

태양의 열이 텅 빈 우주를 건너 지구까지 오는 것도 복사 덕분이에요. 우주에는 열을 골고루 퍼뜨려 줄 공기가 없어서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면은 매우 뜨거워지고, 그늘진 면은 극도로 차가워져요. 우주선이 지구로 돌아올 때도 공기와 맞부딪히며 엄청난 열이 생겨요. 그래서 장비를 지키려면 열의 출입을 줄이는 기술이 꼭 필요해요.

방사 차단막의 기본 원리는 복사열을 거울처럼 튕겨내는 거예요. 자동차 앞유리의 은색 가리개나 비상용 은박 담요가 같은 원리를 써요. 표면이 반짝일수록 열을 되돌려 보내고, 되돌아간 열은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해요. 은박 담요는 반대로 몸에서 나가려던 열을 도로 돌려보내 주기도 해요.

색깔로도 이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한여름 볕 아래에서 검은 티셔츠는 금세 뜨거워지고 흰 티셔츠는 조금 덜해요. 표면이 열을 받아들이느냐, 되돌려 보내느냐의 차이예요. 은색 거울면은 그 끝에 있는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Benefit from NASA
이미지 출처: NASA

이 직물은 어떤 성질을 지니고 있을까요?

공 100개를 벽에 던졌는데 95개 넘게 튕겨 나온다면 꽤 믿음직한 벽이겠죠? 방사 차단 소재는 방사 에너지의 95% 이상을 반사해요. 이 소재를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예요.

그렇다고 반사만 잘하면 끝나는 건 아니에요. 직물에 형성된 미세한 구멍은 습기를 내보내고, 더 긴 열파가 통과하게 해 줘요. 비 오는 날 비닐 우비를 입었다가 안쪽이 눅눅해졌던 기억이 있다면, 습기가 빠져나갈 길이 왜 중요한지 짐작이 갈 거예요. 구멍이라는 작은 설계가 눈길을 끄는 이유예요.

무게도 빼놓을 수 없어요. 이 직물의 무게는 1,000제곱피트당 17파운드예요. 로켓을 쏘아 올릴 때는 실려 가는 짐이 가벼울수록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우주로 가는 소재는 성능만큼 무게도 따지게 돼요.

이 세 가지를 옷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열을 되돌려 보내고, 습기가 빠져나갈 구멍이 있고, 무게까지 숫자로 따지는 소재라는 점을 한 벌의 외투에 담아 보세요. 어떤 외투가 될지 상상해 보면 재미있어요.

우주 소재는 어떻게 토끼와 기니피그의 커버가 됐을까요?

Scratch and Newton Ltd.는 이 기술을 반려동물 쪽에 적용했어요. Hutch Snuggle, Run Hugger, Hutch Hugger는 모두 토끼와 기니피그를 위한 보호 커버예요. 이름만 읽어도 꼭 안아 주는 느낌이 들어요.

물병을 위한 제품도 있어요. 이 회사는 반려동물 물병을 단열하는 용도로 Bottle Snug 제품을 사용해요. 단열이란 열이 드나드는 길을 줄인다는 뜻이에요. 한여름에 미지근해진 물이나 한겨울에 얼어 버린 물을 떠올리면 이 말이 훨씬 가깝게 느껴져요.

우주선 장비의 열 보호에 쓰이던 소재가 토끼와 기니피그를 위한 커버로 이어진 거예요. 로켓 옆에 있던 기술이 작은 동물 곁으로 건너왔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해요. 우주 기술이라는 말이 먼 이야기처럼 들려도 이렇게 생활용품 가까이에 와 있어요.

우주에서 쓰던 소재라는 설명을 듣고 나면 평범한 반려동물 용품도 조금 달라 보이지 않나요? 상자 속 제품 하나에도 이렇게 긴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이 커버는 어디까지 팔려 나갔을까요?

Scratch and Newton Ltd.는 제품을 전 세계에 판매했어요. 앞으로는 캐나다와 뉴질랜드를 주요 타깃으로 삼을 계획이에요. 지도를 펴고 두 나라를 찾아보게 되는 대목이에요.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지구의 위아래 반대편에 있어서 계절도 서로 거꾸로 흘러요. 한쪽이 한겨울일 때 다른 쪽은 한여름이죠. 지도 위에서 두 나라를 나란히 놓고 보면 기분이 묘해져요.

반짝이는 면으로 열을 되돌려 보내는 발상은 우리 주변에도 꽤 있어요. 캠핑용 은박 매트나 보온 도시락 가방의 은색 안감, 차 앞유리의 가리개가 그런 예예요. 모두 반짝이는 면 하나로 열의 이동을 다스리려는 물건이에요.

다음에 은색 안감이나 반짝이는 담요를 만나면 손끝으로 한번 쓸어 보세요. 그 얇은 면 위에는 열과 씨름해 온 오래된 고민이 얹혀 있을지도 몰라요.

참고 자료: NASA Spinoff 공식 사례 (JSC-SO-234) · spinoff.nasa.gov
이미지는 NASA 공개 자료이며, 이 글은 NASA의 공식 입장이나 보증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