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연구에서 시작된 아기 분유 속 영양 성분 이야기

클로렐라 배양용 생물반응기와 함께 선 연구팀
이미지 출처: NASA

마트 분유 코너에서 마주친 성분표의 비밀

마트나 약국에 들러 아기 분유 캔을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캔 뒷면의 빽빽한 영양 성분표를 읽다 보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해지는 이름들이 보여요. 아기에게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채워주는 이 작은 캔 속에 머나먼 우주 탐사 기술이 녹아있다는 생각은 쉽게 떠오르지 않죠.

지구에서 태어난 갓난아기의 밥상과 캄캄한 우주 공간을 누비는 우주선은 언뜻 보면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여요. 한쪽은 포근하고 따뜻한 방 안의 일상이고, 다른 한쪽은 최첨단 공학이 모인 거친 모험의 현장이니까요. 그런데 수십 년 전 과학자들이 우주비행사를 위해 골몰했던 연구가 오늘날 아기들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어요.

실제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분유 제품 속 영양 성분 가운데 일부는 우주 생명 지원 프로젝트에서 출발했어요. 머나먼 궤도를 돌던 실험실의 고민이 지구 위 수많은 가정의 식탁으로 이어진 셈이에요. 우주를 향한 과학자들의 오랜 발걸음이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젖병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짚어볼게요.

좁디좁은 우주선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생태계 실험

지구와 완벽히 단절된 우주 환경에서는 바깥에서 지속적으로 식량과 산소를 전달받기가 무척 어려워요. 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 짐의 무게는 정해져 있고, 로켓을 한 번 쏘아 올릴 때마다 막대한 자원이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선 안에서 자체적으로 순환하는 닫힌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NASA의 통제 생태계 생명 유지 시스템(CELSS) 프로그램은 승무원의 기본적 필요를 해결하고 엄격한 탑재량 및 전력 제한을 충족하며 공간 점유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생형 생태계 개발을 시도했어요. 우주비행사가 숨을 쉬고 음식을 먹으며 배출하는 물질들을 다시 산소와 영양분으로 바꾸는 영리한 순환 장치를 꿈꾼 것이죠. 한정된 전력과 비좁은 공간이라는 제약을 이겨내기 위해 아주 효율적인 생물학적 해결책이 필요했어요.

이 거대한 구상 속에서 과학자들은 식물보다 번식 속도가 빠르고 좁은 면적에서도 잘 자라는 미세조류에 주목했어요. 물과 빛, 그리고 공기만 적절히 공급하면 스스로 자라나 유용한 영양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이 거대한 우주 생태계 연구가 훗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커다란 열매를 맺게 돼요.

키보 모듈에서 우주생물학 연구 중인 닉 헤이그
이미지 출처: NASA

작은 생체 공장: 미생물 배양과 영양소 생산 원리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미생물이 어떻게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원리는 자연 속 식물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달콤한 열매를 맺는 과정과 매우 비슷해요. 물속에서 살아가는 미세조류 세포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빛과 탄소를 흡수해 세포 내부에 다양한 유기 물질을 차곡차곡 합성해요.

이 미생물들은 환경 조건이 갖추어지면 놀라운 속도로 세포 분열을 거듭하며 특정 지방산이나 비타민 같은 성분을 몸속에 농축해요. 과학자들은 배양기 안의 온도, 빛의 양, 영양분의 공급 비율을 정밀하게 조절하여 원하는 특정 성분만 집중적으로 생산하도록 유도해요. 거대한 농경지 없이도 거대한 수조 안에서 필요한 영양 물질을 고순도로 길러내는 셈이죠.

충분히 자란 미세조류를 수확한 뒤에는 세포벽을 부수고 정제 과정을 거쳐 순수한 오일 형태의 영양소를 추출해 내요. 이 방식은 계절이나 날씨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깨끗하고 균일한 품질의 영양분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어요. 자연의 광합성 능력을 미세한 규모로 통제하는 현대 생명공학의 정수가 바로 여기에 담겨 있어요.

우주 실험실에서 분유 제조 기술로 이어진 여정

우주인을 위한 재생 생태계 실험은 지구에 살고 있는 아기들에게 절실했던 뜻밖의 해답을 안겨주었어요. 이 프로그램의 한 실험은 이전에는 모유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영양소를 제공하는 조류 기반 식품 보충제 제조 방법으로 발전했어요. 아기들의 성장 발달에 꼭 필요한 성분을 모유 외의 공급원에서 안정적으로 찾아내지 못해 고민하던 식품 과학계에 결정적인 돌파구가 열린 셈이죠.

우주선의 산소와 식량을 책임지려던 미세조류 연구가 영유아 영양 공급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순간이었어요. 연구진은 특정 미세조류가 인간의 모유에 들어있는 필수 지방산 성분을 풍부하게 품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우주비행사의 식량을 고민하던 기술이 가장 여리고 작은 생명들을 돌보는 안전한 영양 공급원으로 거듭났어요.

이 기술은 곧바로 민간 연구진과 기업의 손을 거쳐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힘차게 발을 내딛게 돼요.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에 위치한 마텍 바이오사이언스 코퍼레이션(Martek Biosciences Corporation)이 현재 이 보충제를 제조하고 있어요. 우주를 향했던 순수한 연구 열정이 지상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식품 보충제 기술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이죠.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아기들에게 전해진 영양

상용화에 성공한 이 조류 기반 영양 보충제는 순식간에 전 세계 영유아 식품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어요. 이 보충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아용 분유의 90% 이상에 포함되어 있어요. 미국뿐만 아니라 바다를 건너 다른 수많은 나라의 분유 제조사들도 앞다투어 이 기술로 만든 성분을 채택하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이 보충제는 미국 외 65개국 이상에서 판매되는 분유에도 포함되어 있어요. 모유 수유가 어려운 환경에 놓인 수많은 부모에게 이 조류 기반 성분은 무척이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어요. 먼 우주를 날아가기 위해 시작된 기초 과학이 전 세계 대륙 곳곳의 가정을 따뜻하게 밝혀준 셈이에요.

그 쓰임새와 파급 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수준에 도달해 있어요. 마텍 바이오사이언스는 전 세계적으로 2,400만 명 이상의 아기들이 이 영양 첨가물을 섭취한 것으로 추정해요. 지구 밖 생존을 위해 고민했던 과학자들의 아이디어가 셀 수 없이 많은 아이의 건강한 첫걸음을 묵묵히 돕고 있어요.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분유 캔이나 영양제를 마주치게 된다면, 그 매끄러운 캔 뚜껑 안쪽을 한 번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참고 자료: NASA Spinoff 공식 사례 (ARC-SO-148) · spinoff.nasa.gov
이미지는 NASA 공개 자료이며, 이 글은 NASA의 공식 입장이나 보증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