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로 데우는 세라믹 찜질팩의 비밀

아르테미스 3호용 발사체 어댑터를 이동하는 NASA 기술자들
이미지 출처: NASA

운동 후 뭉친 어깨에 올리는 팩 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요?

주말에 무리해서 운동을 하거나 종일 모니터를 보며 일하다 보면 목과 어깨가 뻐근해지곤 해요. 그럴 때 서랍 속에서 자연스럽게 찜질팩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몇 분간 돌리거나 냉동실에 넣어두게 되지 않나요? 따뜻해진 팩을 목덜미에 얹으면 뭉친 곳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문득 신기하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해요. 물이나 일반 젤을 넣은 팩은 금방 식어버리기 마련인데, 어떤 제품들은 한참 동안이나 묵직한 온기를 품고 있거든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천 주머니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특별한 물질이 숨어 있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얹어 두는 이 온냉 찜질 도구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머나먼 우주 탐사의 역사를 마주하게 돼요. 차가움과 뜨거움을 오랜 시간 가두는 비결이 과연 어디서 출발했을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NASA 엔지니어가 마이크로파 기술을 만나다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공무원이었던 톰 휴즈는 마셜 우주비행센터의 품질 관리 연구소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근무했어요. 거대한 로켓과 복잡한 우주 장비의 품질을 점검하고 보증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지요. 당시 우주 탐사선과 발사체에 쓰일 각종 전자 장비와 첨단 부품들을 다루는 자리였어요.

톰 휴즈는 NASA에서 근무하는 동안 마이크로파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차곡차곡 쌓았어요. 마이크로파는 레이더나 무선 통신뿐만 아니라 물질 내부의 분자를 직접 자극해 에너지를 전달하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그는 전자기파 에너지가 물질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깊이 연구할 수 있었지요.

우주 개발 현장에서 익힌 전자기파 제어 기술은 훗날 아주 색다른 발명으로 이어지게 돼요. 첨단 우주 연구실에서 다루던 고도의 전자파 기술이 우리 피부에 직접 닿는 따뜻한 흙 소재로 변신하는 계기가 된 셈이에요.

뚝배기처럼 열을 머금는 세라믹의 과학 원리

우리가 흔히 식당에서 만나는 뚝배기를 떠올려보면 이 기술의 원리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얇은 금속 냄비는 불을 켜면 순식간에 끓어오르지만 불을 끄는 순간 빠르게 식어버리지요. 반면에 두꺼운 흙으로 빚은 뚝배기는 달궈지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찌개를 다 먹을 때까지 보글보글 끓으며 따뜻함을 유지해요.

이러한 현상은 물질마다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열용량'과 '열전도율'의 차이 때문에 일어나요. 열용량이란 어떤 물체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의 양을 뜻하는데요. 열용량이 크고 밀도가 높은 물질은 열을 천천히 흡수하는 대신, 머금은 열을 바깥으로 천천히 방출하는 특성을 지녀요.

여기에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더해지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요. 마이크로파는 물질의 겉면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물 분자나 극성 구조를 진동시켜 안쪽부터 골고루 열을 발생시키거든요. 덕분에 두껍고 밀도 높은 세라믹 소재도 겉과 속이 균일하게 달궈지며, 내부에 저장된 열을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공기 중으로 내뿜게 되는 것이지요.

알팔파에 대한 마이크로파 영향 실험 중인 제이 스카일스 박사
이미지 출처: NASA

우주 기술로 빚어낸 특별한 흙 화합물

톰 휴즈는 NASA 재직 중 얻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마이크로파를 통해 열을 흡수하고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세라믹 화합물 써멀 세라믹스예요. 우주 공학에서 다루던 전자기파 원리가 생활 소재로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지요.

이 써멀 세라믹스는 점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라는 점이 무척 흥미로워요. 흙이 지닌 자연스러운 열 보존성에 세라믹 배합 기술을 접목해 에너지를 가두는 성능을 극대화했거든요. 게다가 이 물질은 냉동고에 넣었을 때 냉기도 오랫동안 유지하는 놀라운 특성을 보여주었어요.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온찜질용으로 변하고 냉동실에 넣으면 시원한 얼음팩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소재가 완성된 것이에요. 톰 휴즈는 이 독특한 기술을 널리 보급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써미오닉스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어요. 우주 연구실의 아이디어가 대중을 위한 실용적인 제품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지요.

관절 통증 패드부터 차가운 와인 보관함까지

써미오닉스에서 선보인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써미팩'이라는 이름의 치료용 패드예요. 이 패드는 관절염이나 근육통, 그리고 발목을 삐끗하는 염좌 등으로 인한 통증에 온냉 찜질 요법을 제공해 주었어요.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얼려서 아픈 부위에 대기만 하면 편안하게 찜질을 즐길 수 있었지요.

패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도 우주 기술의 지혜가 쓰였어요. 써미팩 내부의 써멀 세라믹스 화합물은 휴즈가 NASA를 통해 알게 된 열 밀봉 포장재에 담겨 있거든요. 내용물이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온전히 전달하도록 특수 포장재로 단단히 감싼 덕분에 안심하고 쓸 수 있었지요.

열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기술의 응용은 통증 완화 패드에만 머물지 않았어요. 써미오닉스의 제품군에는 최대 3병의 와인을 차갑게 유지하며 안전하게 운반해 주는 '와인 토트'도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야외에서도 고급 와인의 적정 온도를 지켜주는 편리한 가방으로 사랑받았어요.

또 다른 제품인 '퀵 칠'은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도구였어요. 퀵 칠은 냉동고에서 냉각한 뒤 음료병을 감싸 10분 만에 차갑게 만들고 최대 3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해 주었지요. 얼음 바스켓 없이도 음료를 오랫동안 시원하게 마실 수 있게 해주는 생활 속 아이디어였어요.

우주의 온도 제어 기술이 일상에 남긴 온기

우주 공간은 태양빛이 쏟아지는 곳과 그림자가 드리운 곳의 온도 차가 수백 도에 달할 정도로 가혹해요. 극단적인 환경에서 장비와 비행사를 보호하기 위해 우주 공학자들은 열을 가두고 차단하는 기술에 끊임없이 매달려 왔지요. 그 치열했던 고민의 흔적이 오늘날 우리 몸을 보살피는 부드러운 패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오늘 저녁 하루를 마치고 뻐근한 목덜미에 찜질팩을 얹을 때 그 묵직한 온기를 가만히 느껴보세요. 손바닥만 한 팩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분한 열기 너머로, 머나먼 우주를 향해 지혜를 모았던 과학자들의 열정이 전해질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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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NASA Spinoff 공식 사례 (MSFC-SO-107) · spinoff.nasa.gov
이미지는 NASA 공개 자료이며, 이 글은 NASA의 공식 입장이나 보증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