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로켓 연료로 지뢰를 폭발 없이 태우는 기술

산책로를 걷거나 들판을 거닐 때 발밑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 걱정해 본 적 있으신가요?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지구상 여러 곳에는 과거의 갈등이 남긴 위험한 잔여물들이 흙 속에 숨겨져 있어요. 이러한 위험 물질들은 발견되더라도 처리 과정에서 언제든 예기치 못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 늘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요.

보통 위험한 폭발물을 마주하면 멀리서 다른 장치로 터뜨려 없애는 방식을 떠올리기 쉬워요. 하지만 주변에 민가나 시설물이 있다면 큰 소리와 함께 터뜨리는 방법은 흙먼지뿐만 아니라 커다란 파편 피해를 남기게 돼요. 충격 없이 안전하게 그 자리에서 잠재적인 위험을 지워낼 방법은 없을까요?

그런데 저 먼 하늘 위로 우주선을 쏘아 올릴 때 쓰는 물질이 이 골칫거리를 조용히 해결하는 데 쓰이고 있어요. 어마어마한 추진력을 내는 연료가 어떻게 땅속의 위험을 잠재우는지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고체 로켓 케이싱 조립체 수면 진입 시험 계획
이미지 출처: NASA

땅속에 숨겨진 위험을 터뜨리지 않고 잠재울 수는 없을까요?

땅속에 묻힌 폭발물은 시간이 흐르며 겉면이 녹슬고 내부 부품이 불안정해져요. 작은 진동이나 미세한 압력만 가해져도 갑작스레 작동할 수 있어 작업자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주곤 하죠. 그래서 전문 인력이 접근하더라도 완전히 해체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수많은 위험이 뒤따라요.

기존처럼 현장에서 강제로 터뜨려 처리하면 튀는 파편으로 인해 주변의 숲이나 기반 시설이 망가지기 일쑤예요. 흙 속에 묻혀 있던 유해 물질이 공기 중으로 흩어져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해요. 무엇보다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파편 자체가 여전히 커다란 공포로 남아요.

만약 큰 소리와 파편을 일으키는 폭발 없이 그 안의 위험 물질만 조용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과학자들은 터뜨리는 충격파 대신 물질을 서서히 태워 없애는 화학적 반응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폭발시키지 않고 서서히 태워 없애는 연소의 원리

폭발과 연소는 겉보기에는 모두 불꽃과 열을 내뿜지만 일어나는 방식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폭발은 아주 짧은 순간에 물질 전체가 급격하게 반응하면서 주변 공기를 거세게 밀어내는 강력한 충격파를 만들어내요. 반면에 연소는 열과 산소가 만나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차근차근 타들어 가는 과정을 거치게 돼요.

마치 굵은 양초나 조리용 토치처럼 지속적으로 강한 불꽃을 내뿜는 물질이 있다면 금속 표면에 집중적으로 열을 전달할 수 있어요. 좁은 면적에 높은 열이 집중되면 금속 표면이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며 작은 틈이 생겨나요. 충격파가 생기지 않는 상태에서 열만 전달되므로 주변으로 파편이 튀어나갈 위험도 줄어들지요.

이 틈을 통해 열기가 안쪽으로 흘러 들어가면 내부에 갇혀 있던 가연성 물질이 충격을 받지 않은 채 서서히 불붙기 시작해요. 순식간에 터져 나갈 틈을 주지 않고 불꽃으로 안쪽 물질을 먼저 소모해 버리는 것이지요. 껍질 안쪽의 물질이 모두 타서 재로 변하면 더 이상 작동할 에너지가 남지 않게 돼요.

고체 로켓 부스터 추진제 그레인 검사 기법 시험
이미지 출처: NASA

폐기되던 고체 로켓 추진제가 안전한 장비로 거듭났어요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은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 극도로 응축된 에너지를 품고 있는 고체 연료를 가득 채워요. 하지만 임무를 준비하고 시험하는 과정에서 다 쓰이지 못하고 남거나 폐기되는 연료가 생겨나곤 해요. 이런 잔여물들은 보관하기도 까다롭고 그냥 버리기에는 매우 아까운 자원이었어요.

시오콜 프로펄전은 지뢰를 안전하게 파괴할 수 있는 조명탄을 생산하기 위해 NASA의 잉여 로켓 연료를 사용해요. 시오콜과 마셜 우주비행센터 간의 합의각서를 통해 시오콜은 폐기된 재사용 가능 고체 로켓 모터(RSRM) 추진제를 사용하게 되었지요. 버려질 뻔했던 특수 물질이 뜻밖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게 된 셈이에요.

이렇게 모인 자원을 바탕으로 연구가 거듭되었고, 그 결과로 나온 지뢰 제거 장치는 시오콜이 DE 테크놀로지스의 도움을 받아 개발했어요. 연구진의 협력 덕분에 하늘로 솟구치던 강력한 에너지가 지상의 안전을 지키는 휴대용 도구로 탈바꿈하게 되었어요.

배터리 신호로 점화해 케이스를 뚫고 내부를 태워요

이 장비의 가장 큰 장점은 위험한 물체를 억지로 건드리거나 복잡하게 분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이 지뢰 제거 장치는 현장에서 지뢰를 폭발시키지 않고 무력화해요. 흙을 살짝 걷어내 위험 물질의 위치가 파악되면 곧바로 장비를 설치할 수 있어요.

작업 과정도 무척 간결하게 이루어져요. 지뢰 제거 장치 조명탄은 덮개가 벗겨진 지뢰 옆에 배치돼요. 그다음 작업자가 안전한 거리로 물러선 뒤,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자 성냥을 사용하여 조명탄을 점화해요. 전선이나 원격 신호로 불꽃을 일으키기 때문에 작업자가 직접 불을 붙이지 않아도 돼요.

점화가 이루어지면 강력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해요. 잉여의 응고된 로켓 연료를 사용하여 조명탄이 지뢰 케이스에 구멍을 뚫고 내부의 폭약 물질을 점화해요. 고온의 화염이 단단한 외벽을 순식간에 녹여 관통하고 내부의 화약을 서서히 태워 없애는 것이지요.

강한 충격파 없이 화염으로 조용히 물질을 태워 없애는 방식이라 주변으로 날카로운 파편이 날아가지 않아요. 그렇게 폭약 물질이 다 타버리면 지뢰는 무장 해제되어 더 이상 위험하지 않게 돼요. 한때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위험물이 그저 타고 남은 빈 껍데기 금속 조각으로 변하는 순간이에요.

우주를 향하던 거대한 추진력이 사람을 살리는 기술로

하늘을 향해 굉음을 내지르며 솟구치던 거대한 발사체의 불꽃을 보면 자연스레 압도당하곤 해요. 대기권을 뚫고 날아가기 위해 고안된 강력한 화학 물질이 이렇게 지상에서 생명을 구하는 조용한 불꽃으로 쓰인다는 점이 참 흥미롭지요. 위험을 부르는 잔여물이 오히려 다른 위험을 지우는 도구가 되었으니까요.

버려질 자원을 지혜롭게 재활용하여 일상의 평화를 지키는 기술을 마주할 때마다 과학의 또 다른 온기를 느끼게 돼요. 기술의 가치는 얼마나 높이 날아오르는가뿐만 아니라, 땅 위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켜주는가에 달려 있는지도 몰라요.

캠핑장에서 피우는 작은 불꽃이나 가스 토치의 푸른 화염을 볼 때면, 그 뜨거운 열기가 저 멀리 우주에서부터 땅속의 평화를 지키는 곳까지 닿아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 떠올려보게 되지 않나요?

참고 자료: NASA Spinoff 공식 사례 (MSFC-SO-128) · spinoff.nasa.gov
이미지는 NASA 공개 자료이며, 이 글은 NASA의 공식 입장이나 보증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