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 없이 물을 끓여 올리는 무동력 태양열 온수 이야기

이미지 출처: NASA
추운 겨울날 꽁꽁 얼어붙은 보일러를 마주했을 때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는 겨울 아침마다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당황했던 적 있으신가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외부에 노출된 수도관이나 보일러 배관이 얼어붙을까 봐 헌 옷으로 감싸며 밤을 지새우기도 해요. 따뜻한 샤워 한 번 하려고 틀어둔 수도꼭지에서 얼음장 같은 냉수만 쏟아질 때의 곤혹스러움은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게다가 매달 날아오는 난방비 고지서를 볼 때마다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오곤 하잖아요. 물을 데우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우리 일상의 가계부에 묵직한 부담을 주곤 해요. 만약 햇볕만으로 아무런 기계 고장 없이 매일 따뜻한 물을 펑펑 쓸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복잡한 모터나 전기 펌프 하나 없이 스스로 물을 위로 쏘아 올리며 데우는 방법이 있어요. 자연의 신비로운 힘을 그대로 담아내어 고장 걱정까지 덜어낸 기발한 기술이 우리 곁에 찾아왔답니다. 전기를 쓰지 않으면서도 지붕 위에서 온수를 만들어내는 재미난 장치의 바탕에는 어떤 과학이 숨어 있을까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거품이 물을 밀어 올리는 원리
주전자 속에 물을 가득 담고 가스 불 위에 올려 팔팔 끓이던 순간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바닥에서 수많은 기포가 솟구쳐 오르면서 물이 주전자 주둥이 밖으로 확 넘쳐흐르잖아요. 액체가 열을 받아 기체로 변하는 순간 부피가 갑자기 팽창하면서 주변의 액체를 힘차게 밀어내기 때문이에요.
지하 깊은 곳에서 뜨겁게 달궈진 물이 하늘 높이 솟구치는 자연의 온천 분출도 이와 똑같은 현상이에요. 좁은 통로 아래쪽에 갇힌 물이 뜨겁게 데워지면 증기 방울이 생겨나고, 이 방울들이 위로 탈출하려는 부력으로 거대한 물기둥을 공중으로 쏘아 올려요. 기계적인 동력을 억지로 쓰지 않아도 열기 하나만으로 물을 높은 곳까지 스스로 밀어 올리는 셈이지요.
좁고 긴 관 속에 액체를 채우고 한쪽 끝에만 뜨거운 열기를 가해주면 관 안에서 연속적인 상승 기류가 형성돼요. 발생한 거품들이 차례차례 위쪽으로 밀고 올라가면서 뒤따라오는 차가운 물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겨 계속해서 순환 흐름을 만들어요. 거대한 모터를 쌩쌩 돌리지 않고도 오로지 열과 부력의 상호작용만으로 액체를 순환시키는 친환경 메커니즘이 완성되는 거예요.
이런 유체 순환 방식은 전기가 끊겨도 온도가 유지되는 한 영구적으로 멈추지 않고 부드럽게 작동해요. 내부 구조가 매우 단순해서 잔고장을 일으킬 만한 틈새가 전혀 없다는 점도 커다란 장점이에요. 일상에서 흔히 보는 끓는 물의 거품 하나에도 자연을 움직이는 훌륭한 물리 법칙이 숨쉬고 있답니다.

이미지 출처: NASA
우주 연구실에서 시작된 기발한 온수 시스템
전력 공급이 극히 제한된 우주 공간에서는 기계식 모터를 마냥 돌리기가 무척 까다로워요. 모터 내부의 톱니나 회전축이 마모되어 멈춰버리기라도 하면 머나먼 하늘 위에서는 손을 쓸 방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공학자들은 부품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열을 멀리 전달하는 방법을 줄곧 찾아 헤맸어요.
엘든 헤인즈 박사는 제트추진연구소(JPL)의 과학자로서 태양 에너지원과 태양열 온수 공급을 연구했어요. 그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태양광을 모아 지구 환경에서 가장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깊이 고민했지요. 연구를 거듭하던 그는 간헐천 펌핑 원리를 사용하여 더 우수한 태양열 온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자연의 분출 메커니즘을 적용하면 기존 설비보다 훨씬 뛰어난 효율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서자 그는 행동에 나섰어요. 그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JPL을 사직했고, 이후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세이지 어드밴스 코퍼레이션을 설립했어요. 안정된 연구소 자리를 벗어나 세상 사람들에게 따뜻한 혜택을 전하기 위해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던 것이지요.
옥상 위 무거운 물탱크와 동파 걱정을 말끔히 없애다
보통 건물 꼭대기에 설치된 예전 온수 장치들을 보면 육중한 저장 탱크가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보셨을 거예요. 지붕 위에 무거운 물탱크가 올라가 있으면 건물 구조에 지속적으로 무리를 주고 미관상으로도 썩 좋지 않았어요. 지진이나 태풍 같은 거친 자연재해가 찾아왔을 때 안전 문제로 불안해하는 주민들도 많았지요.
하지만 헤인즈 박사가 선보인 장치는 설계 방식부터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어요. 헤인즈의 주택용 시스템인 커퍼 크리켓은 구동 부품이 없어요. 모터나 기계식 밸브처럼 닳고 삐걱거릴 만한 부속이 없다 보니 고장에 대한 불안감을 통째로 덜어낼 수 있었지요. 더불어 커퍼 크리켓 시스템은 지붕에 설치하는 탱크가 필요하지 않아요.
추운 계절이 찾아와도 이 똑똑한 장치는 끄떡없이 제 몫을 다해내요. 커퍼 크리켓 시스템은 동파 피해를 입지 않아요. 맹렬한 한파 속에서도 배관이 터질 염려가 없으니 집주인이 추위 때문에 마음 졸이며 점검할 필요가 없지요. 게다가 커퍼 크리켓 시스템은 유지 보수 소요가 적은 것이 특징이에요.
잔손이 거의 가지 않으니 설치해 두고 잊고 지내도 사계절 내내 온수를 편안하게 누릴 수 있게 된 거예요. 거센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튼튼하게 버텨주니 지붕 관리에 서툰 일반 주택 거주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지요. 그저 태양이 떠오르기만 하면 스스로 일을 시작하는 고마운 살림 밑천이 되어준 셈이에요.
가정집을 넘어서 커다란 상업 시설로 뻗어가다
이 장치가 실생활에서 발휘하는 온수 절감 효과는 기대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쏠쏠했어요. 이 시스템은 평균 온수 필요량의 50~90%를 공급해요. 절반을 훌쩍 넘어 대부분의 온수를 햇볕의 힘으로만 충당해주니 화석 연료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지요. 매달 빠져나가던 에너지 비용을 아끼면서 환경 보호까지 실천하는 착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어요.
주택에서 그 성능이 입증되자 훨씬 더 많은 양의 온수가 필요한 거대한 건물들에서도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식당이나 호텔, 대형 기숙사 같은 곳에서는 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덥혀야 하니 에너지 소모가 극심하잖아요. 이에 발맞추어 상업용 설치를 위해 더 큰 시스템인 커퍼 드래곤이 개발되었어요.
작은 주택의 지붕을 넘어 커다란 빌딩 옥상까지 자연의 순환 에너지가 막힘없이 번져나가게 된 거예요. 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대용량의 물을 척척 데워 올리며 친환경 에너지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멋지게 증명했지요. 기술이 거창한 전자 장비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삶의 기초적인 온기로 스며든 순간이었어요.
오늘 저녁 따뜻한 물로 손을 씻을 때 보이지 않는 배관 속에서 잔잔히 순환하는 물의 여정을 가만히 그려보세요.
참고 자료: NASA Spinoff 공식 사례 (JPL-SO-119) · spinoff.nasa.gov
이미지는 NASA 공개 자료이며, 이 글은 NASA의 공식 입장이나 보증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