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날아간 장미 한 송이가 만든 새로운 향기

발사대 39B로 이동 중인 디스커버리호 우주왕복선
이미지 출처: NASA

출근길에 무심코 뿌린 향수에 우주가 닿아 있다면?

아침마다 현관문을 나서기 전 손목이나 옷깃에 가볍게 향수를 뿌리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스치는 바람 사이로 은은한 꽃향기가 번지면 출근길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도 잠시나마 기분이 산뜻해지곤 하죠. 코끝에 닿는 이 달콤하고 싱그러운 냄새는 보통 푸른 들판이나 온실에서 정성껏 키워낸 꽃에서 왔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향기 제품 중 일부에 우주를 다녀온 식물의 비하인드가 숨어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단순히 우주복을 입은 비행사들의 식량 연구를 넘어서, 미지의 공간에서 피어난 꽃향기가 우리 화장대 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워요. 매일 맡던 익숙한 장미 냄새가 지구 밖 세상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하죠.

지구라는 안전한 요람을 벗어난 생명체는 과연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되었을까요? 둥둥 떠다니는 무중력 상태 속에서 식물이 보인 반응은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조향사들에게도 커다란 영감을 안겨주었어요. 익숙한 꽃잎 하나가 지구 궤도를 돌며 펼쳐낸 기묘한 여정을 차근차근 짚어보려 해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장미를 실어 보낸 사연

향기와 맛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인 IFF(International Flavors and Fragrances)사는 아주 특별한 도전을 계획했어요. 바로 NASA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STS-95 비행에 '오버나이트 센세이션'이라는 작고 귀여운 미니 장미를 싣고 우주로 올라간 것이죠. 우주선이라는 극한의 공간에 연약한 꽃 한 송이를 띄워 보낸다는 발상 자체가 무척 이색적이에요.

이 장미가 우주 공간에서 무사히 숨 쉴 수 있도록 IFF사는 WCSAR(위스콘신 우주 자동화 및 로봇공학 센터)와 긴밀하게 손을 잡았어요. 양측은 미세중력 환경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상업용 식물 연구 시설인 ASTROCULTURE 장치 안에 장미를 싣기로 약속했어요. 지구와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서 생명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한 협력이었지요.

여기서 식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키워낸 ASTROCULTURE는 위스콘신 우주 자동화 및 로봇공학 센터(WCSAR)가 보유한 상표예요. 우주선이라는 통제된 기내에서 살아있는 화초를 돌보기 위해서는 이처럼 정밀한 특수 설비가 반드시 필요했어요. 칠흑 같은 우주 속을 비행하는 연구 시설 안에서 작은 장미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궤도를 돌기 시작했어요.

LED 조명 아래 생육 챔버에서 자라는 토마토 식물
이미지 출처: NASA

중력이 사라지면 식물 몸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식물은 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변 환경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끊임없이 소통하는 생명체예요. 햇빛이 비치는 방향을 향해 줄기를 뻗고 아래쪽으로 뿌리를 내리는 모든 과정에는 중력이라는 강력한 지구의 신호가 작용하고 있어요. 중력은 식물 내부의 수액과 영양분이 어떻게 흘러갈지 방향을 정해주는 거대한 나침반인 셈이죠.

만약 식물을 끌어당기던 중력이 거의 사라진 미세중력 공간에 던져진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요? 세포 안에서 물질이 이동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낯선 환경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식물은 체내 대사 과정을 급격하게 재조정하기 시작해요. 사람이 낯선 이국땅에 가면 몸 안의 호르몬 분비가 변하듯, 식물 역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합성하는 유기 화합물의 조성을 바꾸는 것이에요.

꽃이 뿜어내는 향기는 원래 곤충을 유인하거나 외부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내는 휘발성 유기 물질들의 정교한 배합 결과물이에요. 중력이 사라지면 꽃잎 속 세포벽 구조와 물질 전달 체계가 영향을 받아 생성되는 화학 성분의 종류나 비율이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 있어요. 결국 지구에서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독특한 생화학 반응이 우주 궤도라는 특별한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죠.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던 향기가 태어난 순간

우주왕복선 안에서 피어난 장미를 관찰한 연구진은 아주 독특한 결과를 확인하게 되었어요. 디스커버리호 STS-95 비행을 마친 뒤 분석을 진행한 IFF사는 '우주 장미(space rose)' 향으로 불리는 새로운 향기를 찾아냈어요. 평범한 온실 안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독창적인 향이 피어오른 것이에요.

중력이 미세한 공간에서 피어난 장미는 지구의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향기를 뿜어냈어요. 식물이 낯선 무중력 환경을 견디며 스스로 만들어낸 물질 조합이 지구상의 기존 꽃향기와는 전혀 다른 조성을 띠었기 때문이에요. 궤도를 비행하며 얻어낸 이 결과물은 식물 생리학 연구자들과 향료 개발자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어요.

늘 곁에 두고 보던 똑같은 품종의 장미였음에도, 어디서 자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향기를 풍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중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이 풀리자마자 식물은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잠재력을 지구 바깥에서 온전히 터뜨린 셈이에요. 그렇게 탄생한 우주 장미 향기는 곧바로 연구실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어요.

화장대 위 향수병과 식탁으로 내려앉은 우주 장미

실험실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IFF사는 이 독특한 우주 장미 향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상업화했어요. 이렇게 완성된 향기 성분은 시세이도 코스메틱스(Shiseido Cosmetics)에서 개발한 실제 향수의 매력적인 원료로 쓰이게 되었어요. 우주선을 타고 별빛 사이를 누비던 꽃 한 송이가 우리 일상 속 화장대 위에 오르는 향수병 안으로 고스란히 스며든 것이죠.

이 우주 장미 오일은 가볍고 산뜻한 향기를 풍길 뿐만 아니라, 향미 증진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도 있어요. 단순히 코를 즐겁게 해주는 향수 원료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각과 후각을 동시에 돋우는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음을 뜻해요. 지구 바깥에서 탄생한 특별한 오일이 지닌 무궁무진한 활용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에요.

앞으로는 식품에 이 우주 장미 향을 사용하는 제품을 비롯해 여러 제품들이 새롭게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어요. 우리가 마시는 음료나 달콤한 디저트 한 입에서도 우주를 다녀온 꽃향기를 음미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을지도 몰라요. 멀고 차갑게만 느껴지던 우주 비행 연구가 우리의 오감을 부드럽게 감싸는 친근한 생활용품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선해요.

오늘 밤 화장대에 놓인 향수 뚜껑을 열 때마다, 머나먼 밤하늘 궤도 위에서 가만히 꽃망울을 터뜨렸을 작은 장미를 한 번쯤 떠올려 보셨으면 좋겠어요.

참고 자료: NASA Spinoff 공식 사례 (MSFC-SO-138) · spinoff.nasa.gov
이미지는 NASA 공개 자료이며, 이 글은 NASA의 공식 입장이나 보증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