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속 실이 향하는 방향,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비 오는 날 퇴근길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 우산이 확 뒤집혀 본 적 있나요? 장 본 물건을 담은 얇은 비닐봉지가 어느 순간 쭉 찢어져서 당황한 적은요? 분명 같은 천, 같은 비닐인데도 힘을 받는 방향에 따라 버티는 정도가 달라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 장면을 머릿속에 켜 둔 채로 천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아르테미스 3호에서 우주비행사가 입을 달 탐사 우주복
이미지 출처: NASA

우주복과 옷감은 무슨 관계일까요?

Gentax Corporation의 트라이악셜 직물은 세 개의 개별 실 세트를 엮어 만들어요. 실이 교차하는 지점들은 정삼각형을 이뤄요. 천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본다면 어떤 무늬가 펼쳐질지 상상이 되나요?

이 직조 방식은 우주왕복선 압력복에서 유래했어요. 압력복이라는 말이 낯설다면 몸 전체를 단단히 감싸는 특수한 옷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우주복 하면 영화 속 하얀 옷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 옷도 결국은 천을 엮어서 만든 물건이에요.

옷장 속 셔츠를 눈앞에 가까이 대고 본 적 있나요? 가로줄과 세로줄이 바둑판처럼 만나는 모습이 보일 거예요. 이 직물의 짜임에서는 실이 교차하는 지점들이 정삼각형을 이뤄요. 바둑판 대신 삼각형이 촘촘히 깔린 천을 떠올리면서 계속 읽어 주세요.

실을 어떤 각도로 엮느냐에 따라 천의 성격이 달라질까요?

우리가 입는 옷감은 대부분 가로줄과 세로줄이 직각으로 엮여 있어요. 줄이 놓인 쪽으로 당기면 단단히 버티지만, 비스듬하게 잡아당기면 바둑판이 마름모로 찌그러지듯 쉽게 늘어나요. 재봉할 때 옷감을 대각선으로 자르면 유난히 잘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재단하는 사람들은 이 비스듬한 방향을 바이어스라고 불러요.

이번에는 도형 쪽으로 눈을 돌려 볼게요. 사각형 틀은 모서리를 손으로 밀면 평행사변형으로 스르르 기울어요. 반면 삼각형은 변의 길이가 정해지면 모양을 바꿀 수 없어요. 철탑이나 다리의 뼈대, 자전거 프레임에서 삼각형이 자주 보이는 까닭이에요.

그렇다면 삼각형의 이런 성질을 천에 옮기면 어떨까 궁금해지죠. 기록에 따르면 이 직조 방식은 모든 방향에서 거의 같은 강도를 보장해요. 이 직물은 사실상 편향이 없고 약한 방향이 없다고 해요. 앞에서 본 셔츠의 비스듬한 약점과 견주어 보면 어떤 차이인지 상상해 볼 만해요.

우주에서는 왜 이런 성질이 반가울까요? 로켓에 실을 수 있는 짐에는 한계가 있어서, 같은 일을 하는 물건이라면 가벼울수록 유리해요. 또 압력복처럼 안쪽 공기가 바깥으로 밀어내는 힘을 늘 받는 물건은, 어느 쪽이든 약하면 그곳부터 터지기 쉬워요. 풍선을 불다 보면 가장 얇아진 부분이 먼저 터지는 것과 닮았어요.

찢어지는 힘과 무게는 어떻게 다룰까요?

이 직물은 찢어짐과 전단에 대한 저항성이 더 크다고 해요. 전단이라는 말이 어렵게 들린다면 가위로 종이를 자르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두 날이 종이의 면을 서로 어긋나게 미는 힘이 바로 전단이에요.

같은 기록에는 무게 이야기도 들어 있어요. 이 직물은 무게를 상당히 줄일 수 있어요. 등산 가방을 쌀 때 물병이나 여벌 양말을 뺄지 말지 고민해 본 적 있지 않나요? 짐이 가벼워지면 같은 길도 다르게 느껴지잖아요.

보통은 튼튼하게 만들려면 두껍고 무거워지기 마련이에요. 두툼한 겨울 점퍼는 든든하지만 어깨가 뻐근해지는 것처럼요. 그 상식과 늘 부딪히는 조건이라서, 저항성과 무게가 한 문장에 나란히 적혀 있는 것이 더 궁금해져요.

앞서 약한 방향이 없다고 했던 기록도 다시 떠올려 볼까요. 얇은 비닐봉지가 늘 비슷한 자리에서 찢어지는 것처럼, 약한 곳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힘을 받을 때 드러나는 법이에요. 천을 고를 때 어디가 약할지 먼저 따져 보게 되는 이유죠.

발사 관제실에서 디스커버리호 발사를 지켜보는 NASA 관계자들
이미지 출처: NASA

이 직물은 어떤 물건 속에 들어갈까요?

Triax 제품군의 응용 분야에는 팽창식 장비, 구명조끼, 항공기 비상 탈출 슬라이드, 헬리콥터 부력 장치가 포함돼요. 인장 구조물, 안전복, 보트용 돛천도 응용 분야 목록에 들어 있어요. 목록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본 물건이 하나쯤 있지 않나요?

팽창식 장비는 낯설게 들려도 공기를 불어 넣는 튜브를 떠올리면 쉬워요. 공기를 채우면 모양이 잡히고, 빼면 작게 접어 보관할 수 있죠. 구명조끼는 배를 타거나 물놀이를 하러 가서 입어 본 분이 많을 거예요.

항공기 비상 탈출 슬라이드는 이륙 전에 승무원이 안전 시연을 해 주는 장면으로 만나 봤을 수 있어요. 헬리콥터 부력 장치는 이름이 조금 어렵지만, 목록에 분명히 적혀 있는 항목이에요.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만 제 역할을 하는 물건들이라 더 마음에 남아요.

인장 구조물은 천막처럼 팽팽하게 당겨서 세우는 구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워요. 빨랫줄에 널어 둔 이불이 바람을 받아 팽팽해지는 모습도 비슷한 장면이죠. 보트용 돛천이라는 항목에서는 바람을 가득 받아 부풀어 오른 돛이 떠올라요. 안전복도 같은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요.

둥글게 휘어진 면에는 어떻게 맞출까요?

이 직물은 직물 짜임의 왜곡 없이 복합 곡률을 수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성형 복합재 제조에 유용하다고 해요. 복합 곡률이라는 말은 낯설지만 장면으로 옮기면 훨씬 쉬워요.

축구공 위에 네모난 보자기를 씌운다고 해 보세요. 평평하던 천은 어딘가에서 주름이 잡히고 또 어딘가에서는 억지로 늘어나 버려요. 공처럼 여러 방향으로 한꺼번에 휘어진 면에 평평한 천을 맞추는 일은 그만큼 까다로워요.

헬멧이나 오목한 그릇처럼 둥근 물건을 만든다고 상상해 볼까요? 틀 위에 천을 올렸는데 짜임이 일그러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일그러진 부분은 모양만 어색한 것이 아니라 힘을 받는 방식도 달라질 거예요.

붕어빵 틀에 반죽이 구석구석 차야 모양이 제대로 나오듯, 틀에 맞춰 모양을 잡는 일에서는 재료가 곡면을 얼마나 잘 따라가는지가 중요해요. 기록에 적힌 왜곡 없이 수용한다는 표현은 바로 이런 장면과 이어져 있어요. 보자기가 구겨지지 않고 공 위에 척 얹히는 모습을 한번 그려 보세요.

손에 닿는 천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 있나요?

다시 처음의 우산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우산 천은 살대 사이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채 바람과 비를 받아 내요. 그 팽팽한 천 속에서 실들이 어느 쪽으로 달리고 있는지는 평소에 잘 생각하지 않게 되죠.

Gentax Corporation의 직물에서는 실이 교차하는 지점들이 정삼각형을 이룬다고 했어요. 집에 있는 장바구니나 캠핑용 천막, 가방 천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줄이 어떻게 만나는지 눈에 들어올 거예요.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무늬가 갑자기 낯설게 보일지도 몰라요.

오늘 저녁 현관에 걸린 우산 천을 손가락으로 비스듬하게 살짝 당겨 보세요. 그 천 속의 실들은 지금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요?

참고 자료: NASA Spinoff 공식 사례 (JSC-SO-104) · spinoff.nasa.gov
이미지는 NASA 공개 자료이며, 이 글은 NASA의 공식 입장이나 보증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