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열지 않고 속을 보는 테라헤르츠 기술 이야기

2010년 메릴랜드주 그린벨트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항공 사진
이미지 출처: NASA

가방을 열지 않고도 속을 들여다보는 비결

공항 검색대를 지나갈 때마다 짐가방 속에 든 물건들이 모니터 화면에 또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해요. 가방 지퍼를 일일이 열어보지 않아도 옷가지 속에 감춰둔 물건이나 액체 병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잖아요. 옷이나 종이 상자처럼 우리 눈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부드럽게 통과하면서도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내는 방법이 궁금해지곤 해요.

병원에서 흔히 쓰는 엑스선은 에너지가 무척 강해서 사람 몸속 뼈까지 훤히 비춰주지만 일상에서 매번 마주하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반면에 일상적인 라디오 전파는 벽이나 장애물을 잘 뚫고 지나가지만 물건의 섬세한 모양이나 성분을 구별하기에는 해상도가 부족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물체를 안전하게 투과하면서도 정밀한 형태와 성분을 동시에 찾아낼 수 있는 특별한 전자기파에 주목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진 물품을 찾아내고 위험한 물질을 미리 가려내는 기술은 오늘날 우리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고 있어요. 과연 어떤 원리가 작용해서 겉 포장을 뜯지 않고도 그 안의 내용물을 분별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첨단 전파 기술 속에는 머나먼 우주를 관측하기 위해 다듬어졌던 정밀한 기술이 숨어 있어요.

전파와 빛 사이에 숨은 전자기파의 비밀

전자기파는 파장의 길이에 따라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엑스선 등으로 나뉘어요. 우리가 눈으로 보는 무지개색 빛과 스마트폰 통신에 쓰는 전파는 사실 같은 전자기파의 형제들이에요. 이 거대한 전자기파 스펙트럼 속에서 마이크로파와 적외선이 만나는 경계 지대에 바로 테라헤르츠파라는 독특한 영역이 자리 잡고 있어요.

테라헤르츠파는 전파의 성질과 빛의 성질을 둘 다 가지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특성을 보여줘요. 전파처럼 종이나 천, 플라스틱, 가죽 같은 비금속 물질을 막힘없이 부드럽게 통과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빛처럼 직진성이 뛰어나고 파장이 짧아서 물체의 형태를 아주 선명한 영상으로 그려낼 수 있답니다.

더욱 매력적인 점은 물질마다 이 파역대의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반사하는 고유한 특성이 각기 다르다는 사실이에요. 분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진동하기 때문에 특정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만나면 마치 지문처럼 고유한 신호를 남겨요. 엑스선처럼 위험한 방사선 피폭 걱정 없이도 물체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물체가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까지 정확히 분석해낼 수 있는 셈이에요.

테라헤르츠 방사선은 숨겨진 물품을 영상화하고 광범위한 화학 물질을 탐지 및 식별할 수 있는 고유한 특성을 지녀요. 이런 독보적인 물리적 특성 덕분에 현대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 특별한 전파를 다루는 부품에 대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어요. 미지의 영역으로 불리던 주파수 대역이 세상을 안전하게 지키는 새로운 눈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에요.

우주의 차가운 신호를 잡으려던 연구에서 시작된 여정

사실 이렇게 매력적인 전파를 다루는 기술은 머나먼 우주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 과정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어요. 우주 공간에는 별과 별 사이에 아주 차가운 가스 구름과 먼지들이 떠돌고 있어요. 이들은 맨눈이나 일반 망원경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영하 수백 도의 극저온 속에서 아주 희미한 고주파 전파 신호를 우주 사방으로 끊임없이 내뿜고 있거든요.

광활한 우주를 떠도는 희미한 신호를 포착하려면 아주 미세한 주파수 차이까지 잡아내는 초정밀 회로와 소자가 필수적이었어요. 잡음이 가득한 환경에서도 원하는 신호만을 깨끗하게 증폭하고 수신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부품이 간절히 필요했던 것이지요. 우주 탐사 장비에 실릴 부품은 지구에서 쓰는 것보다 훨씬 더 가볍고 단단하며 정밀해야만 했어요.

2018년 JPL 투어 중 마이클 왓킨스 소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이미지 출처: NASA

1996년 토머스 크로우와 윌리엄 비숍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 본사를 둔 버지니아 다이오드(VDI)를 설립했어요. 이들은 우주 관측 분야에서 요구되던 극도로 정밀한 고주파 소자를 개발하는 일에 뛰어들었어요. 우주라는 극한의 환경을 목표로 삼았기에 부품 하나하나에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될 수밖에 없었어요.

크로우는 회사의 성장이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및 제트추진연구소와의 SBIR 계약을 통해 개발된 테라헤르츠 제품 덕분이라고 여겨요. 우주선과 인공위성에 들어갈 고주파 계측기를 만들며 축적한 노하우가 지상으로 내려와 새로운 혁신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지요. 별빛의 흔적을 쫓던 정밀한 전자 기술이 우리 생활 속 안전장치로 번져가기 시작한 순간이었어요.

보안 검색부터 위험 물질 감지까지 넓어지는 활약

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된 소자 기술이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테라헤르츠 부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고주파 신호를 만들어내거나 감지하는 장비가 너무 크고 복잡해서 일반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정밀한 다이오드와 회로 부품들이 소형화되고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현장에서 쓰임새를 찾게 되었어요.

테라헤르츠 부품의 응용 분야에는 보안 영상 시스템과 위험 화학물질 및 생물학 작약 탐지기가 포함돼요. 공항이나 중요 시설의 검색대에서 우편물이나 수하물을 뜯지 않고도 내부에 숨겨진 위험한 약품을 족집게처럼 찾아낼 수 있게 된 거예요. 물질의 겉포장을 그대로 둔 채 내용물의 고유한 분자 신호를 읽어내기 때문에 위험 물질을 다루는 작업자의 안전도 확실하게 지킬 수 있어요.

테라헤르츠 부품의 응용 분야에는 플라스마 진단 기기와 산업 공정 모니터도 포함돼요. 반도체를 정밀하게 깎아내는 첨단 공정이나 화학 물질의 반응 상태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불량을 잡아내는 데에도 폭넓게 활약하고 있어요. 사람의 눈이나 일반 카메라로는 꿰뚫어 볼 수 없는 미세한 결함까지 포착해내는 든든한 산업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에요.

전 세계 산업 현장으로 뻗어나가는 첨단 부품

우주 관측을 목표로 시작되었던 기술 연구는 이제 전 세계의 연구실과 제조 현장을 잇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어요. 미세한 전파 신호를 정확하게 다루는 전문 기술력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대체하기 힘든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정밀한 계측 장비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이 첨단 부품들이 공급되어 활약하고 있답니다.

VDI는 30명 이상의 정규직 직원을 두고 있으며 매년 30퍼센트씩 성장하고 있어요. 작은 연구실에서 우주 신호를 다루던 작은 시도가 매년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는 견고한 기술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지요. 우주 기관과 손잡고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끌어올린 결실이 숫자로 증명되고 있어요.

VDI는 20여 개국에 200곳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어요. 세계 각지의 보안 시설, 화학 연구소, 첨단 제조 공장에서 이들이 만든 부품이 숨은 위험을 찾아내고 공정의 정밀도를 높여주고 있어요. 심우주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태어난 전자 소자가 지구 곳곳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술의 확장이란 참 경이롭게 느껴져요.

다음에 공항 검색대 모니터 앞을 지나치거나 포장된 물건의 성분을 검사하는 첨단 장비를 마주치게 된다면 차가운 우주를 향해 귀를 기울이던 작은 전파 소자를 떠올려보세요.

참고 자료: NASA Spinoff 공식 사례 (GSFC-SO-171) · spinoff.nasa.gov
이미지는 NASA 공개 자료이며, 이 글은 NASA의 공식 입장이나 보증과 무관합니다.